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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오십 분 짜리 詩 한 편.
소문으로만 알았던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처음 봤다.
한 개인의 역사도 인류의 역사보다 가볍지 않다. 영화 속에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지만 모두 역사 속을 떠돈다. 느린 시간과 풍경, 낡은 문과 거울의 미장센들. 감독의 아버지라는 시인이 들려주는 詩들. 전쟁, 가족, 어딘가에서는 불이 나고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 섞여 있다. 떠난 사람, 기다리는 사람,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 한 시절을 배회한다. 누구도 분명히 말하지 않으므로 영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시간을 지나온 한 시선이 그 시간 속에 뒤섞여 뒤돌아보는 온갖 마음이 있을뿐. 그런 것들이 회색 관목이 펼쳐진 들판의 바람으로, 무겁게 내리는 비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로 의미 없는 의미를 드러내는 영화. 단 하나 끊어지지 않는 욕망은 어머니.. 타르코프스키는 그 어머니라는 끈질긴 거울 속 배경과 그 언저리를 배회하는 자신의 삶을 그리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지극히 초라한 러시아의 풍경 속에.. 어렵지만 묘하게 마음을 흔드는.. 그래서 어떤 詩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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