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빈 윌리엄스의 미소와 로버트 드니로의 미소.
그 표정들에 대한 오래된 신뢰로 영화를 봤다.
미소는 모조리 슬펐다. 30년 동안 자신을 잃은 레오너드, 세이어박사의 노력으로 잠깐 자신을 다시 찾았으나 이번에는 스스로 의식을 하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레오너드. 그 상실의 과정을 겪는 한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결국 죽음도 그런 것 아닐까? 누구나 지금 현재 내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을 안다. 그저 시간이 느려 두려움이 덜할뿐. 노년에 이르러 죽음의 문앞에 서면 레오너드의 두려움과 똑같은 심정이 되지 않을까?
잠깐 깨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그 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소는 슬펐지만 로빈 윌리엄스와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는 엄청나다. 잠깐 그들이 영화배우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그리고 생각했다. 달리지 못하는 형편이 된지 벌써 십 여년. 누가 내게 수명 십 년을 반납하면 나머지 세월을 건강한 다리로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원하게 히말라야 트레킹이라도 한 번 하고 십 년 일찍 죽을 것인가, 그냥 이렇게 조근조근 걸으며 제 명대로 살다 죽을 것인가?
내 답은 후자다. 그게 내 운명이니까.
'이야기舍廊 > 영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드잡/ 야구치 시노부 (0) | 2021.04.13 |
---|---|
바다의 뚜껑 / 토요시마 케이스케 감독 (0) | 2021.04.13 |
거울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0) | 2021.03.24 |
빵과 스프, 고양이와 /마츠모토 카나 (0) | 2021.03.19 |
원더풀라이프 /고레에다 히로카즈 (0) | 2021.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