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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
벌교 참꼬막 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
남도 시인,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저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만 있었지요
제삿날 밤 괴*
꼬막 보듯 하는군! 퉁을 맞았지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몽댕이를
참꼬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어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 확, 비틀었지요
온 얼굴에 뻘물이 튀더라고요
그쪽 말로 그 맛 한번 숭악하더라고요
비열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도 남도 시인 - 이 맛을 두고 그늘이
있다다 어쩐다나
그래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소리 그늘 있는 삶, 그늘이 있는 사람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래요
현대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하는 거 아니래요
그건 고양이가 제삿날 밤 참꼬막을 깔 줄 모르니
앞발로 어르며 공깃돌놀이 하는 거래요
詩도 그늘이 있는 詩를 쓰라고 또 퉁을 맞았지요.
*퉁(꾸지람): 퉁사리, 퉁사니 등
*괴 : 고양이
- 송수권 <퉁> 서정시학.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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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에 돌아가신 시인은 꿈에도 모르시겠지만 송수권시인은 내 詩의 첫 선생님이시다.
스물 몇 살 무렵, 詩가 도무지 어려워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인의 시창작법(송수권의 체험적 시론이었던가?) 책을 산 게 내 평생 첫 詩공부였다.
그 책은 오래 내곁에 있다가 역시 년 전에 詩를 좀더 알고싶다는 친구에게 줬다.
그 책에서 시인은 내게 몇 가지 숙제를 내줬었다. 그 중 첫번째는 '나무'로 詩를 한 편 쓰는 것이었다. 그 숙제는 당시에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숙제가 어려웠으므로..
앞서 말한 대로 시인은 몇 해 전 돌아가셨다.
남도의 토속적 언어와 정서를 사랑하고 그것을 투박하면서도 속 깊은 많은 詩로 엮어내셨던 시인.
그런 시인이 또 다른 남도의 시인에게 '퉁'을 맞고 있다. 그리고 그 '퉁'을 이 세상 수많은 시인들에게 건내고 있다.
벌건 황토 그늘에서..
#송수권 #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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