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차랑

취몽인 2022. 2. 12. 12:02
.
차랑


어릴적 나는
철공소집 아들이었다.

집에는
무쇠 아궁이 뚜껑이나
은맥기를 입힌 촛대 같은
쇠로 만든 살림살이가 많았다.

다른 아이들이
철사줄을 박은 썰매를 탈 때
나는 ㄱ자형강을 박은 썰매를 탔다.

구슬치기에 재주가 없어
늘 지거나 잃기 일쑤였는데
자존심이 많이 상하면
쇠구슬을 주머니에 넣고 나가
애들 구슬을 깨뜨리며 복수를 하곤 했다.

내 고향 대구에서는
볼베어링에 들어가는 그 구슬을
차랑이라고 했다.

난공불락
어떤 구슬이 덤벼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차랑

그 시절
나의 여의주였다.

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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