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生活力

취몽인 2022. 2. 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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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活力


젊은 시절
날건달로 살았던 아버지

맏이인 나 태어나고
먹고 살아야겠다
철공소로 목공소로 돈벌러 다녔는데

국민학교 4학년 땐가
땅골 가는 언덕배기 초가 하나 사서 헐고
당신 손으로 집 하나 지으셨는데

방 몇 개 세놓고
폐병 앓이 오래 버텼는데
돈이 늘 모자라

옥상에 뚝닥 만든 내 공부방
두꺼비집 들어오는 전기선 중간에 까서
도둑전기로 불도 켜고 전기장판도 켜주시고

똥간 바깥쪽 벽에 구멍 하나 뚫고
돌멩이로 막아 놓았다
큰 비 오면 뽑아내고 똥물을 몰래 흘려
온동네 똥냄새 칠갑을 했었다

한산도 한 갑
손톱 끝까지 태워 사흘을 피고
고기는 한달에 한번

병원비 아깝다
죽어도 병원에 안가고 버티다
제발로 걸어간 병원에서 결국 죽은 아버지

재주로 버티고
꼼수로 버티고
악으로 버티다

집 한채 달랑 남기고 쉰에 떠난 아버지

그 집 잡혀 가게 열고
오만생각 다하며 사는
예순 먹은 맏아들

2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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