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아치꼬치

취몽인 2021. 10. 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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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꼬치


요즘 말로는 깍두기
아치꼬치는 일본말이라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여기저기 엇바뀜 뒤바뀜이라는데
굳이 뜻을 대자면
여기저기가 맞을 듯

세간에 떠들썩한 오징어게임
나 어릴 땐 오징어가생
가생이란 말도 일본말이네
찾아보니 전투 접전
요즘은 게임이고
그때는 일본식 전투였군

오징어가생 말고도
사다리가생 십자가생도 있었지
흙바닥에 막대기로 줄만 그으면
금새 펼쳐지던 전투
막는 편과 뚫는 편으로 나누어진
맨바닥의 유희 또는 전쟁

다리 저는 나는 언제나
이편도 저편도 아닌
이편도 저편도 있으나마나 한
아치꼬치
분명 깨끔발로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아치꼬치

격렬하게 몸 부딪히다
가끔은 자빠져
얼굴을 갈아붙이기도 하는
오징어 몸통 주변을 혼자 돌다
슬쩍 돌진해 쩐을 찍어도
점수로 쳐주지 않았던 아치꼬치

해질 때까지 가생은 끝나지 않고
혼자 하는  고군분투는 지겨워
먼지 이는 전장을 떠날 때면
자 인자 간다 인자부터 지대로 해보자
금부터 다시 긋던 오징어가생
그림자 같았던 아치꼬치 시절

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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