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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취몽인 2022. 3. 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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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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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성문을 가진 테베를 누가 건설했는가?
책에는 왕의 이름들만 적혀 있다.
왕들이 울퉁불퉁한 돌 덩어리를 직접 날랐는가?
그리고 수없이 파괴되었던 바빌론
그때마다 그 도시를 누가 재건했는가?
황금으로 빛나는 리마의 건설노동자들은
어떤 집에 살았는가?
만리장성이 완성된 날 저녁
석공들은 어디로 갔는가?
위대한 로마제국에는 승리의 개선문들로 가득하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는가?
끝없이 칭송되는 비잔티움제국에는 궁전들만 있었는가?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에서조차
바다가 그곳을 집어삼키는 밤에 사람들은
물에 빠져 죽어 가면서 그들의 노예를 애타게 불렀다고 한다.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 혼자서?
카이사르는 갈리아인들을 물리쳤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은 데려가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립 황제는 자신의 함대가 침몰하자 울었다.
그 혼자 울었을까?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혼자 승리했을까?

모든 페이지마다 승리가 적혀 있다.
누구의 돈으로 승리의 잔치가 열렸을까?
십 년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났다.
그 비용은 누가 부담했을까?

너무도 많은 목록들
너무도 많은 의문들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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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 했다.

역사 또한 위인이 쌓은 것처럼 말하지만 수많은 보통사람들이 이룩한 것이다.

내가 내 돈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갈 내 나라의 정의와 역사를 대표로 맡아 일해줄 사람을 뽑는 것이 선거다.

맨 앞에 서서 권세만 휘두를 망나니를 제거하는 것 또한 혁명 아니면 선거다.

역사책에 누가 이름이 오를 지는 관심이 없다. 내가 만들고,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어차피 모두 완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확률이 있는 것이고, 팩트가 있는 것이다.

만리장성은 진시황의 것이 아니고 저녁에 아내와 함께 식은밥을 먹은 석공의 것이다.

대한민국도 우리의 것이다. 권력의 것이 아니다.

석공을 뽑을 것인가? 진시황을 뽑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