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時調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취몽인 2022. 3. 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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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지금까지
열다섯 개 이빨이 빠졌다
빈 자리는 몇 없다
볼트로 채워졌다

입구는
언제나 먼저 봉쇄되는 법이다

가늘고 짧은 왼쪽은
십 년 전에 기울었다
오래 걷지 못하고 마디는 쉬 아픈데

멀쩡한
오른 어깨는 왜 반대로 기우는지

작년에는
묵은 뿌리를 바다에 버렸다
근거는 흘러갔고 가지도 늙는 중

아직은
미련하게도 욕심 몇 점 여전해

세상에 내가 속해도
세상을 이겨보겠다
꼿꼿이 고개 들고 먼 길을 바라보는데

자꾸만
울리는 소리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선 자리 흔드는 시간의 실금들
가슴에 무릎에 조금씩 그어지니

오래된
동행의 얼굴 미안하기 그지없다

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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