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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은행나무길 범일운수 종점에서 나는 내린다
종점 트럭행상에서 귤 한 봉다리 사서 집으로 간다
산골 종점에서 태어난 나는 서른일곱 먹도록
서울은 다 같은 서울이니까 서울엔 종점 같은 건 없는 줄 알았다
종점만 아니라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오래전 뛰쳐나와
다시 종점, 집으로 간다
- 박성우 <자두나무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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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전북 정읍 자두나무가 있는 집에서 사는 줄 알았던 시인이
우리 동네 버스 종점에 내리다니
서울 금천구 시흥동 범일운수 종점,
내 사는 곳에서 귤 한 봉다리 사서 집으로 가는 시인이라니
10 년 전에 나온 시집이니
시인은 다시 자두나무 곁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그의 종점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그의 시 속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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