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는 하조대
시린 언덕 넘어
빈 마음을 버리러 갔을 때
모래 섞인 바람 한 줌
슬쩍 마중을 나왔다
하얀 머릿채를 흔들고
멍든 속살 설핏 비추며
어서 오라 어서 오라
벌떡 벌떡 일어서던 그대
다가오다 부숴지고
서럽게 엎드려 물러서던
그러나 손 내밀어
젖은 모래 움켜잡던 그대
기억이 쌓인 사구 위로
묵묵히 떨던 전봇대들의 행렬
가느다란 경계마저
슬프게 아름답던 오후
우리 떠난 후에
고개 더 높이 쳐들고
바라보다 바라보다
어둠 속으로 잠들었겠지
등 돌려 길을 달려도
귀는 아직
울음 소리 속에 있다
오래 오래 그리운 그대여
2004.10.16 초고 / 2013. 4.23 수정 / 모던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