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燒紙)
비는 그예 그쳐간다 젖은 밤도 눈물을 닦고 누울 것이고 하나 둘 시간들은 눈을 뜨겠지 그러기 전에 당신은 떠나야 한다 영원히 쓰러지고 싶다고 그건 당신에게 허락되지 않는 틀 눈 똑바로 뜨고 천천히 한 땀씩 무너지는 주변을 바라봐야 한다 오래 쌓은 격자무늬의 관계들이 매듭을 풀고 어려우면 툭 자르고 헤어지는 모습들을 바라봐야 한다 어두워서 두렵다고 불은 밝혀줄 수 있어 당신이 부른 상처들을 태울거야 묵은 지방의 인화력으로 화르르 타오르다 난분분 춤추는 소실로 당신을 지켜볼거야 단호하게 모든 무게가 사라질 때까지 고통의 한 모금을 마저 삼킬 때까지 2013.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