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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燒紙)

취몽인 2013. 2. 27. 12:25

 

 

 

 

 

  소지(燒紙)

 

 

 

비는 그예 그쳐간다

젖은 밤도 눈물을 닦고 누울 것이고

하나 둘 시간들은 눈을 뜨겠지

그러기 전에 당신은 떠나야 한다

영원히 쓰러지고 싶다고

그건 당신에게 허락되지 않는 틀

눈 똑바로 뜨고 천천히

한 땀씩 무너지는 주변을 바라봐야 한다

오래 쌓은 격자무늬의 관계들이 매듭을 풀고

어려우면 툭 자르고

헤어지는 모습들을 바라봐야 한다

어두워서 두렵다고

불은 밝혀줄 수 있어

당신이 부른 상처들을 태울거야

묵은 지방의 인화력으로

화르르 타오르다  난분분 춤추는 소실로

당신을 지켜볼거야 단호하게

모든 무게가 사라질 때까지

고통의 한 모금을 마저 삼킬 때까지

 

 

 

2013.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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