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인연설

취몽인 2007. 7. 4. 14:02

 

 

인연설

 

                                  한용운

 

1.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2.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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