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가족 그리고 기억

딸들에게 1

취몽인 2007. 7. 17. 21:00


내겐 너무 과분한 딸 하늬에게

 

 올림픽이 열리던 해 봄에 태어난  우리 딸 하늬,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이듬해 태어난 네가 아빠에겐 무척이나 낯설었던 기억이 새롭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마음으로 널 처음 만났는데 어느새 17년이란 세월이 흘러

넌 벌써 여고 2년을 기다리고 있구나.

곧 대학생이 된다? 대학생이 된 네 모습을 상상하니 17년 전 첫 만남 만큼이나 낯설 것 같구나.

 

 아빠가 철이 없어 최근까지도 세상 속에서 중심을 못 잡고 허덕일 때 우리 맏딸은 언제나 으젓

했었지. 지금까지 엄마 아빠가 공부하라는 말 보단 그만하고 제발 자라는 말을 훨씬 많이 한

우리 딸. 엄마가 아프거나 아빠가 힘들 때 어색해 하면서도 곧잘 위로의 말을 해주는 우리 딸.

아빠가 갖지 못한 그래서 물려 주지 못한 성실함과 의지력, 아빠도 때론 네게 배우고 있단다.

하지만 늘 몸이 약해 엄마 아빤 걱정이다.

그게 다 엄마 아빠 책임인 것 같아 가슴 아프기도 하고.

 

못난 아빠에게 너 같이 훌륭한 딸을 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한다.

물론 넌 아직도 하나님을 마음 속에 온전히 받아 들이질 못해 이해가 안되겠지?

하지만 괜찮다. 넌 아직도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그 공부 속에서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을 만날 기회가 곧 다가 오리라 아빠는 믿는다. 아빠도 그랬었으니까..^^

그래도 그 때까지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빠가 부탁한

주일 지키기를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네 모습이 오히려 또한 고맙다.

 

태어나서부터 하나님 안에 있었고 지금까지도 하나님 안에 있는 널

하나님은 언제까지나 기다려 주시리라 믿는다.

 

네가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을 간다면 아빠는 물론 기쁠 거야.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아빠는 무엇보다 네가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몸은 운동을 통해 마음은 하나님을, 예수님을 통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어느새 철이 다 들어서 엄마 아빠를 배려하는 네 모습이 기특한 한편 안쓰럽기도 한 걸 넌 아니?

아직까지는 네가 달려가야 할 앞길을 보고 꿈을 완성해가는 데 더 힘쓰렴.

엄마 아빠는 그런 네 뒤에서 하나님과 함께 언제까지나 지켜 줄 테니까.

 

이젠 자랑스런 내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것을 아빠 삶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으마.

사랑한다, 내 딸 하늬야.

 

 

 

우리 집의 에너자이저 무늬에게

 

점점 예뻐지고 있는 우리 둘째 딸 무늬, 키도 훌쩍 커서 울보 떼쟁이 모습을 이젠 찾아 볼 수가 없구나.

벌써 중3이 되는 구나. 언제 이만큼 컸니?

 

사려 깊고 논리적인 사람이 되었음 하는 바람으로 책을 읽혔더니 요즘은 아주 논객이 다된 것 같더구나.

또박또박 논리를 펴는 네 모습을 보노라면 한편 흐뭇하고 한편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논리는 잘못하면 널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단다. 말을 많이 하기보단 많이 듣는 연습을 올핸 해보렴.

그럼 정말 더 논리적이고 사려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거야.

 

전교 1등을 하고야 말겠다구?

좋지! 하지만 왜 전교 1등을 하고 싶은 지를 먼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단순히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기엔 네가 없단다. 그냔 욕심만 있는 거지..

네 인생의 어떤 목표를 위해 전교 1등의 실력을 갖추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네 인생의 목표는 뭐니?

 

착하고 남에게 피해가는 일을 절대 하지 않으려는 네 모습이 너무 예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로 인해 네 스스로가 너무 힘들 때가 많은 것 같아 엄마 아빠는 안타깝단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여러 가지 성격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지 않니?

그들의 입장, 그들의 상황이 다 네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을 수는 없지 않겠니?

좀 더 다른 사람, 그 사람이 네게 피해를 주더라도, 입장을 이해하며 살려고 애써보자.

한결 네 마음에 평안이 깃들 수 있을 거야.

 

한걸음, 한걸음씩 노력하며 앞으로 나가는 무늬의 모습은 정말 믿음직하다.

지금처럼 그렇게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무늬가 되길 빈다. 갑자기 뛰려 하면 쉬 지치지

않겠니?

 

하나님을 믿는 것, 교회에 나가는 것에 대해 회의가 많지? 아빠가 그런 네 모습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을 봐도 한 포기의 풀을 봐도, 한 모금의 물을 마셔도 그 의미 속에 하나님이

계심을 네가 느끼고 알게 될 날이 있으리라 아빠는 믿는다. 그게 좀 늦으면 어떻겠니?

하나님도 기다려 주실거야.

 

요즘 우리 둘째 딸이 예민하고 다소 공격적이고 쉽게 의기소침해 진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지 모르겠다. 그게 사춘기의 증거겠지. 그 놈의 사춘기 길기도 하다만 지금이

네 인생 중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걸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엄마 아빤 그 아름다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네가 너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오늘 밤엔 제발 일찍 자거라~  영원한 우리 집의 공주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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