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딸 하늬에게.
2006.11. 15
이 글을 쓰는 시간 넌 지금쯤 예비 소집 장소에 있겠구나. (아침 출근 길에 사전 답사 했음^^)
그리고 아빠가 이 편지를 네게 준다면 수능 교실 책상에서 읽고 있을지 모르겠다.
네게 평상심을 유지하라고 늘 말해 왔지만 사실은 아빠도 어제부터는 일이 통 손에 잡히질 않는 걸 보니
이놈의 수능이 인생에 큰 일이긴 한가 보다. 슬슬 스릴도 느껴지고 제법 실감이 난다.^^
그저께 석호 삼촌이 한 말, 아빠도 백 번 수긍하는 말이다. 이건 단순한 통과 의례일 수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수많은 기회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는데 대학이란 그 중 하나의 기회이자 과제에
불과한 것일 수가 있단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그 많은 기회와 과제를 누가 더 많이 활용하고 해결 했느냐로
성패를 판단 받는 세상이기도 하지..
네 앞에는 지금까지 매진해온 공부 외에도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무궁무진할거야.
그러므로 지금 치르는 수능이 네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단지 한 단계를 지나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지금까지(적어도 우리 하늬에겐 5,6년의 세월 동안..) 해온 노력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일 뿐.
상황이 그렇다면, 네 인생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면 특별히 긴장할 이유도 없지 않겠냐? ^^
오히려 담담히 시험을 치러내는 능력, 그 능력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고 하면
아빠의 지나친 궤변일까?
누가 뭐래도 네 엄마의 평가처럼 넌 참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해 왔다.
엄마 아빠는 그런 네 모습이 서울대 합격 통지서 보다 훨씬 더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그런 자세야 말로 네 인생에서 대학 졸업장 보다 월등 경쟁력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란다.
지금까지 치러왔던 수많은 모의고사를 한 번 더 치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자. 다를 게 없어 ^^
앞으로 한 나절이 지나면 그냥 또 한번의 시험이 끝나 있을 뿐이란다. 결과? 그건 그 때 생각하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하고 나서 결과에 따르는 것, 그게 앞을 향해 나가는 삶의 최고 방법 중 하나거든…
고3 기간을 지내며 하늬도 엄마, 아빠도 무늬도 예전보다 성숙해 졌다는 생각을 요즘 해본다.
힘든 가족을 위해 서로 배려하고, 자신이 힘들면서도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고..
그리고 우리 삶의 미래에 대해 비교적 진지하게 생각도 해보고,
일부러 더 많이 웃고, 편한 모습을 보이려 애쓴 시간들…
이제 우리 모두 그 작은 경주의 끝에 서서 우리 큰 딸, 우리 언니, 우리 손녀, 우리 조카가 결승점에 들어오는
시간을, 모습을 기다린다. 완주를 축하하며 ^^.
맘이 불편하거나 그래도 떨리면 숨을 천천히 내쉰다. 하나..둘..셋..넷..……… 알았지? 저녁에 맛있는 거 먹자.
– 네가 있어 행복한 아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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