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선 딸들에게..
안녕,두 딸?
짧은 방학이 아쉽게도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구나.
개학과 함께 유난했던 무더위도 끝나고 맑고 푸른 하늘이 눈 위에 새롭다.
너희들 미래도 저 하늘처럼 맑고 푸르길 아빠는 기원해본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돌아 가신지 23년째 되는 날이다.
너희는 한번도 보지 못한 할아버지지만 아빠에겐 너희에게 아빠가 있듯, 되돌아 볼수록 소중한 아버지다.
물론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불만도 많았고 미울 때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또한 사랑이었음을 새삼 느낀다.
이런 아빠의 감흥이 너무나 뻔한 어른들의 넋두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거야. 아빠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인생이란 건 몇 개의 커다란 순환 고리 속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순환고리는 세대를 이어가며
반복된다는 생각을 어른이 되면서 자주하게 된단다. 나중에 아빠와 이별을 하고 아빠 나이가 됐을 때 너희들도
분명 생각하게 될 거야.
각설하고. 지난 주일 할머니도 모신 자리에서 어른스럽지 못하게 소란을 피운 점 그자리 모든 어른들을 대신해
사과하마. 엄마가 몹시 서운했었나 보다. 하지만 서운함을 푸는 방법이 너무 세련되지 못했던 것 같지?
아빠가 생각하기엔 엄마가 서운한 감정도 감정이지만 할머니를 무서워하는, 어떤 두려움 같은 게 컸었던 것 같아.
엄마, 생각 밖으로 마음이 여리거든, 꼬여 있는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자기 방어를 선택했던 것 같아.
그런 엄마가 안쓰럽구나. 아빠가 엄마를 좀더 당당하게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반성!
엄마도 이해해주고, 할머니도 이해해주렴..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할머니, 어머니 세대엔 평생 동안 쌓인 응어리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아니 분명히 있을 거야. 너희 세댄 좀 다르겠지만.. 아니 엄마 세대에서도 건강한 어린
시절(정신적으로 라고 굳이 말 안 해도 알지)을 보낸 사람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엄마의 너희 또래 시절은 너희도
알다시피 큰 한을 품고 지내온 세월이었잖아. 그 아픔의 상처가 뿌리깊게 남아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도 아빠도 너희에겐 그런 마음의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고 마음 속으로 무진 애를 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심어주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구나. 너희들 스스로 잘 이겨내길 바라면
그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겠지?^^
하늬는 슬슬 수험생이 돼가고, 무늬는 날이 갈수록 공부와의 전쟁에 심취하는 것 같고…
보기가 좋으면서 안쓰럽다고 말하면 너희가 이해가 될까?
우리 모두 힘내자. 서로를 격려하고 사랑하면서 자기의 꿈을 완성해가자. 지치지 말고 삐치지 말고..
2005.8.23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