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2 ~ 8. 4 이박삼일의 가족 휴가 이야기
8월 2일(목)
AM 9:45 집을 나서다.
예의 그렇듯 차에 시동을 걸고 두고 온 물건 챙기러 두번 다시 내리고서야 출발.
서해안 고속도로를 들어서는 초입부터 차 무지 막힘
설설 기는 모양으로 두시간 만에 겨우 도착한 화성 휴게소.
거의 난장판 수준. 여자 화장실 앞으로 10m 쯤 늘어선 줄을 보고 기겁.
점심 먹길 포기하고 탈출.
그러나 여전히 꽉 막힌 고속도로.
PM 2:30 천수만 방조제 도착.
휴게소에서 튀김우동, 유부우동 등을 주문. 10분쯤 지나 소식이 없어 물어보니
주문을 기억 못하는 아줌마. 열린 뚜껑 덮고 환불 받아 다른 집으로..
친절한 아줌마가 끓여준 바지락 칼국수로 겨우 늦은 점심 해결.
PM 4:00 빨간 안면송 양쪽으로 드리워진 길을 달리고
연분홍 연꽃 가득한 지포저수지를 뤼돌아 들어 드뎌 펜션 도착.
휴~ 여섯 시간 걸린 안면도 도착 여정.. 끔찍.
깨끗한 방, 통쾌한 바다 전망, 빵빵한 에어컨. 지금부터가 휴가..
퍼진 두딸 방에 두고 아내와 펜션앞 바다 산책. 물이 가득 들어 찬 밀물의 바다.
낚시하는 아저씨와 잡은 고기 배 따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카페로 와 커피 한잔.
조금만 움직이면 주루루 흐르는 땀이 카페 시베리아 바람 같은 에어컨 성능에 얼어 붙는다.
PM 6:30 밥먹으러 영목항으로 출발.
낙조를 기대했지만 흐린 날씨로 구름 속에 웅크린 해의 귀가를 바라보다.
농어회 한접시 주문. 조개와 고등, 게가 들어간 찌게를 서비스로 주는 아저씨..
근데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이 우리 찌게를 보고 주문을 하니까 그때부터 3만원. ㅋㅋ
운전에 발목이 잡혀 겨우 소주 두잔.
어둑해진 안면도 땅끝을 뒤로하고 간단한 장봐서 펜션으로 귀가.
PM 8:30 샤워하고 캔맥주 하나 마시고 어영부영 딩굴다 첫날 밤을 보냄.
창밖의 깜깜한 바다. 꿈을 꾸다.
8월 3일(금)
AM 8시경... 기상.
깰 줄 모르는 딸들을 두고 아내와 다시 앞 바다로.
물이 빠지고 있는 갯벌과 바다. 가린 얼굴 드러내는 촌로를 보는 느낌.
다시 카페에서 커피 한잔(공짜)
집에서 한 줌 싸온 재료로 끓인 된장찌게로 아침 해결,
십만원 짜리 회보다 난 이게 훨 맛있다.
AM 10시경..
온가족이 다시 펜션 앞 바다로..
바다가 벌써 저 멀리 물러나 갯벌이 가득하다. 푹푹 빠지는 뻘을 헤매며
연장 없이 조개를 캐본다. 어렵다. 긁적여서는 껍질만 나오고 무식하게 파내니까
바지락이 제법 나온다. 한 20마리 잡았나? 다시 놓아주고 돌아나오는 길
1m쯤 되는 분홍색 해파리가 뻘에 누워 있다. 요즘 어부들 근심의 대상이라더니..
보기에도 징그럽다,
PM 1시경..
씻고...여섯시 바베큐 배달 예약해두고
뜬금없이 안면도까지 와서 탕수육이 먹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중국집 찾아 나서기.
10년을 신은 샌들이 서해안 뻘의 손아귀힘을 못이기고 터져버렸다.
안면읍내에서 탕수육에 짜장면, 추가로 짬뽕까지 먹고..
(어제 영목 횟집에서도 그러더니 우리가 들어갈 땐 아무도 없었는데 우리만 들어 가면
사람들이 떼로 몰려들어 식당이 야단법석이 된다.. 아내 말론 자기가 손님을 몰고 다닌다나.
빨리 밑천 마련해 장사 시켜야겠다 속으로 다짐 다짐,,)
무당개구리 처럼 배가 빨간 샌들하나 새로 사고 정든 샌들 쓰레기통으로 떠나보내고..
꽃지해수욕장으로...
주차장에서 30분 헤매다 차에, 사람에 치여 결국 포기하고 꽃지도 탈출..
금년 휴가 탈출이 잦다.
PM 3시경..
이름이 예쁜 바람아래 해수욕장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 들어가는 길도 좁아 만만찮았다.
사기로 점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지 "사기점"이란 독특한 이름의 마을을 지나고
영목항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서 입구를 찾았다.
겨우 도착해서 파킹하고 들어선 바람아래..
바다가 1km 앞에 있다. 난감..
한참을 걸어 얕은 바다에 발목 한번 담그고 돌아선다. 들어갈 수가 없다. 얕고 검다.
갯벌위로 들어올 때 보지 못했던 생명이 가득하다.
조그만 게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모래 경단과 똥꽃(?)들...
사람들에 뒤섞여서도 분주히 움직이는 생명들이 닦아 놓은 꼬물꼬물한 길들...
갯벌에 수없이 꽂힌 빨대들(?)의 본체를 알아보려고 한참을 팠지만 결국 포기..
둘째 무늬는 갯벌에 흐르는 개천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안간 힘을 쓴다.
녀석 옆에서 무심히 내뱉는 언니의 조롱 "갯내", "갯천"......
(저녁 무렵에 결국 친구에게 전화해 알아낸 이름은 "갯골"이었다)
PM 4시경...
바람아래를 벗어나 다시 펜션으로...
우리는 해수욕을 한건가 아닌건가.. 해수욕장을 두군데 갔건만.
"이건 해수욕을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야!"
바닷물은 1분여 발목에 머무르다 돌아가 버렸으니...
서해 바닷물은 우리를 싫어한다.. 자조하고 샤워꼭지로 목마른 몸을 씻다.
PM 6시..
주문한 바베큐 도착.
캠프장으로 내려가다 사장님과 조우. 저녁에 클럽하우스에서 와인 한잔 하자신다.
후배 항수가 전화 한통 때린 산물^^
그릴에 삼겹살, 버섯, 감자, 고구마 굽고 소주 한잔.
조개 구워서 또 한잔.
희뿌연 안개 낀 하늘과 돌아 온 바다가 어둠에 젖고 나는 술에 젖고..
아내의 쌓인 불만에 고개 조아리고 달래기가 쉽지 않다.
역시 휴가의 주인공은 어느 순간부터 아내이다.
심드렁한 아이들, 운전 기사 노릇에 바쁜 나, 모두가 아내 휴가의 조연이다.
조개가 타들어어갈 무렵 아이들은 천연 비누 사러 나가고
아내의 면박에 마음 조리고 꼿꼿한 침 들이대던 모기에 발목 씹히고..
소주 한 병반 마신 얼떨떨한 부부는 어둠을 밟고 겨우 방으로 돌아왔다.
PM 9시...
클럽하우스에서 사장님과 칠레산 와인 한병 나눠 마시다. 아내도 함께.
모두가 부러워하는 펜션 사장님의 현재 삶.
그 뒷면의 이야기는 결국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한길을 꾸준히 걷는 것이라는 결론.
부러웠지만 쉽게 따라할 수는 없는 그리고 썩 따라하고 싶지도 않은 길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사장님의 한량 후배들에 밀려 서둘러 와인을 비우고 방으로 귀환.
캔맥주 마시다 얼떨결에 쓰러져 두번째 밤으로 침몰하다.
8월 4일(토)
AM 9시..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속이 불편하고 머리가 띵~
카레라이스에다 바베큐 배달집에서 준 재료로 끓인 된장찌게. 둘다 맵다.
AM 11시..
씻고 정리하고 체크아웃..
괜히 미안해하는 사장님을 뒤로 하고 못다한 물놀이를 해결하러 오션캐슬로..
이런, 오션캐슬에는 워터파크가 없다.
딸들을 물속에 집어 넣겠다는 아내의 강력한 집념으로 다시 덕산 스파캐슬로 이동키로..
역시 휴가철 아내의 말빨은 세다. 삼부녀는 마지 못해 끌려가는 형국.
가는 길도 벌써 막힌다. 방조제 초입에서 복숭아 한 상자 사고..
천수만 바다 멀리 바라보며 안면도를 떠난다.
앗, 펜션에 아이스박스 냉매 팩을 두고 왔다. 팥빙수도 두고 왔다.
돌아가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아깝다.
PM 1시
바다를 밟고 산을 휘돌아 덕산 스파캐슬 도착.
만원이란다. 입장 불가. 허탈..
스파캐슬을 째려보며 바로 앞 식당에서 입장료 아낀 돈으로 한우 생등심으로 점심
손바닥 만한 등심 두장에 육만원.. 육개장 시키고 불고기 시켜 한우에 주린 배를 달랜다.
청양고추가 넘 매워서인지 땀이 비오듯 한다. 섭한 마음이 흘리는 땀 같다.
꽃지 해수욕장 앞에서 돌아오기.. 바람아래 해수욕장에서 발목 담그기..
오션캐슬 문앞에서 돌아나오기.. 스파캐슬 입구에서 되돌아 서기....
간 곳은 많은데 한 일은 별로 없는 휴가..
밥먹고 다시 한번 진입을 시도했으나 역시 허사.
스파캐슬이 내려다 보이는 사이판 온천에서 온천욕으로 몸과 마음을 달랜다.
PM 4시
덕산 출발. 해미 IC를 통해 다시 서해안 고속도로로..
개심사를 들러보고 싶었지만 온천에 젖고 돌아섬에 지친 몸이 외면한다.
서산에서 서평택까지 두시간.. 올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만찮은 귀로.
PM 6시
다시 들른 화성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이제 서울이 코 앞이다.
무늬는 무한도전을 못보는게 몹시 서운한 눈치다.
애써 스스로 위로를 하지만 속이 빤히 보인다.
PM 7시
마지막 코스로 서울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기로 합의.
무늬가 친구에게 서울대 근처 쌀국수 집을 물어본다.
서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신림동으로 진입.
오른 쪽으로 우리 집이 지나 간다.
물어봤던 쌀국수집은 무시하고 전에 갔던 방배동 포호아로..
월남쌈 한접시.. 쌀국수 두그릇으로 우리의 휴가를 끝낸다.
PM 9시
동네 마트, 다음주 부식 장을 본다.
아내의 일상은 벌써 다시 시작된 것이다.
장바구니와 짐을 풀고 TV를 켠다. 에어컨을 켠다.
TV 속에 아프가니스탄이 여전히 소란스럽다.
휴가가 자동차 뒷바퀴에서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 볼 것 같다.
내일이 주일 인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속속 목을 조여오는 일상의 생활에 조금은 익숙해질 수 있는 하루 더 휴식의 소중함.
문전에서 돌아서는 일과 탈출이 유독 많았던 휴가지만.
눈을 뜨면 가득했던 바다와 섬. 그리고 소금내와 눅눅한 비린내가 정겨웠던 안면도.
그리고 무척이나 편안했던(비싸도 본전 생각이 안났던) 해돋는 화가마을 팬션.
나름대로 기억에 남을 휴가라 자조해 본다.
부산하고 피곤한 삶을 유예 시켰던 시간은 이제 저만치 있다.
그 시간을 여기에라도 남겨 놓을 수 있어서 한편 다행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