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방 빼기..

취몽인 2007. 8. 27. 15:34

금요일 저녁 사무실을 반으로 줄이며 자리를 옮겼다.

조그마하나마 독립된 공간이던 방을 내주고 사무실 한쪽 귀퉁이 책상에 짐을 옮겼다.

대형 에어컨이 바로 옆에 있어 엄청 시원하다.

의자에 앉으면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왠만큼 독립성도 있다.

 

한나절을 옮긴 책상에 앉아 있다.

문제는 줄어든 공간 만큼 사람들의 마음도 더 좁아진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이 사무실에 가득하다.

영역이 줄어든 짐승이 느끼는 불안 같은 거 아닐까 싶다.

 

버릇처럼 지갑을 들여다 본다.

신용카드 한도 늘여주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까닭없이 반가웠다.

빚의 폭이 늘어남을 고마워해야하는 현실..

 

방 뺀 오늘, 오전에 비가 미친듯이 쏟아졌다.

심란스런 마음은 글도 횡설수설하게 한다. 내가 이글을 왜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술 마시는 것이 나날이 부담스럽다.

한 잔하고 싶은 마음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교차한다.

옛날에는 한 잔이 늘 이겼다. 요즘은 피함이 이기는 빈도가 꽤 된다.

 

또 한 통 전화가 왔다. PT 떨어졌단다.

구석탱이 좁은 새자리가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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