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날이 서늘하다. 여름 한가운데서 만나는 늦가을의 날씨다.
오랜 만에 후배들과 술을 한 잔 마셨다.
둘을 만난지가 벌써 10여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여전히 정겹다.
직장의 상사와 후배 직원으로 만났지만 나이 차이는 한 살밖에 나지 않는다.
그들이 그랬다. 한 살 차이인데 심정적으로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왜 그럴까?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과장 그들은 대리, 한 직급 차이이긴 하다.
그것보다는 내가 너무 선배인 양 권위를 부린 탓이지는 않을까 ?
다같이 사십 중반이 되어 나누는 이야기는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주가 된다.
결론은 없고 막연한 불안감을 공유하는 정도..
달라진 것이라곤 예전과 달리 술값 지불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는 정도일까?
같이 술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노는 짓은 여전하다.
우리가 이어 온 관계의 전형을 굳이 이어가려는 마음이 담겨져 있어 그럴런지도 모른다.
숙취로 머리가 띵하지만 어젯밤을 돌이키며 그들과 나의 관계를 새로 정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 선배란 관계는 이제 무의미하다. 그들외에도 늘 곁에 있는 몇몇의 후배들 또한 이제는 그저
중년의 친구들인 것. 지금부터는 그들의 선배가 아닌 좋은 친구로 나를 세워야 겠다.
그를 위해 무엇을 바꾸어야 할 지 생각해 봐야 겠다. 굳이 바꿀 것이 없을 지는 몰라도
적어도 선배인 척, 형인 척 해온 내 태도에 건방이 들어있었다면 걷어내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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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제작비를 떼먹고 부도를 낸 회사의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로운 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자기 책임은 아니지만 늘 미안했다고,
그리고 작은 일이나마 같이 해서 그때 끼친 손해를 조금씩이라도 보전해 주고 싶다고 한다.
사무실로 찾아가 만나고 왔다.
그의 당당함이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씀은 고마왔다.
시간이 흘러도 책임은 여전히 남는 것. 그 책임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