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란히 앉아 저물어 가고 있는 저녁 무렵의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새들의 노래 소리는
그쳐 있었다. 어쩌면 잠시 쉬고 있는지도, 아니면 다른 곳에 가 노래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호수와 호수를 에워싼 모든 곳이 고요했다.
호수는 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를 내보이고 있는 것 같았다.
--- 정영문 단편 <목신의 어떤 오후>중에서...
** 포스트모더니즘 형식의 해체와 의식의 흐름이 결합된 소설은 난해한 詩만큼 어렵다.
호숫가로 소풍을 나온 묘한 관계의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들과 그들을 둘러 싼 느긋한 풍경을
한나절이란 시간 속에 안개 속을 헤매이는 듯한 시선으로 그려 낸 소설 한편.
실험과 낯선 테크닉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의미를 정확히 읽을 수는 없다.
단지 안톤 시냐크의 점묘화 처럼 희미한 그림의 인상이 남을 뿐..
작가는 이 희미한 인상 속에 무엇을 담고자 했을까?
세상 속에서 삶의 빛에 묻혀 시간을 사는 사람들의 습관과 무의식 속에 담긴 의미 또는 무의미?
아! 어렵다! 실험도 좋지만 무릇 소설이 읽기에 어려운 건 죄악에 다름 아니다.
그래도 이 말은 참 좋다. "호수는 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를 내보이고 있다."
모든 사물은 우리가 좋아하는 그 순간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절대적 순간이 있을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자 " 바다는 어느 순간을 바다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으로 여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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