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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밥상에 대하여 (이상국)

취몽인 2008. 1. 2. 09:43

밥상에 대하여 (창작과비평 통권 135 봄호/2007)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어느 날 다리 하나가 마비되더니

걸핏하면 넘어지는 그를 내다 버리며

누군가 고쳐 쓰겠지 하면서도 자꾸 뒤가 켕긴다

아이들이 이마를 맞대고 숙제를 하고

좋은 날이나 언짢은 날이나 둘러앉아 밥을 먹었는데......

남들은 어떻게 살던지,

아버지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때로는 밥상머리에서 내가 지르는 호통소리에

아이들은 눈물 때문에 숟가락을 들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아내는 공연히 밥알을 줍거나

물을 뜨러 일어서고는 했지

나는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나의 가족들에게, 실은 나 자신을 향하여

어떤 때는 밥상을 두드리고 숟가락을 팽개치기도 했지

여기저기 상처 난 몸으로 그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끼 밥을 위하여 종일 걸었거나

배를 있는 대로 내밀고 다니다가

또 어떤 날은 속옷 바람에 식구들과 둘러앉아

별일도 아닌 일에 밥알이 튀어나오도록 웃던 일들을

그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그러나 그가 어디 가든 나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는 걸 나는 안다

출처 : 솔잎에 내린 안개
글쓴이 : 은빛 빗방울 원글보기
메모 : 그래.. 묵묵히 제 일 하는 밥상으로 살자.. 올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