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가족
한 이틀
비 내리더니
뾰족히 고개 든 강가
개나리들
빗방울 듣듯 돋아납니다
겨우내
싸리빗살로
바람 찬 하늘을 쓸던
메마른 손 부시며 묻어납니다
하루 낮
졸린 햇살이면
지난 가을 모아뒀던
은행잎 미소 꺼내
강변 긴 길 노랗게 웃겠지요
하지만
아셔야 해요
꼬맹이들 달음박질 달리는
노란 가족들이
그렇게 단란하지만은 않답니다
지난 말
꽃 지고 쉬던 날
할아버지 허리 잘라 아들 어깨가 되고
또 그 허리 잘라 손자 얼굴이 된
그렇게
꺽꽂아 늘어진
길다란 한 몸의 사연은
한 번도 열매 맺지 못한
슬픈 꽃들의 노란 한숨일지 몰라요
2008. 3. 25 초고 / 2013. 4.12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