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개나리 가족

취몽인 2013. 4. 12. 11:59

  

 

 

 

개나리 가족

 

 

 

한 이틀

비 내리더니

뾰족히 고개 든 강가

개나리들

빗방울 듣듯 돋아납니다

 

겨우내

싸리빗살로

바람 찬 하늘을 쓸던

메마른 손 부시며 묻어납니다

 

하루 낮

졸린 햇살이면

지난 가을 모아뒀던

은행잎 미소 꺼내

강변 긴 길 노랗게 웃겠지요

 

하지만

아셔야 해요

꼬맹이들 달음박질 달리는

노란 가족들이

그렇게 단란하지만은 않답니다

 

지난 말

꽃 지고 쉬던 날

할아버지 허리 잘라 아들 어깨가 되고

또 그 허리 잘라 손자 얼굴이 된

 

그렇게

꺽꽂아 늘어진

길다란 한 몸의 사연은

한 번도 열매 맺지 못한

슬픈 꽃들의 노란 한숨일지 몰라요

 

 

 

2008. 3. 25 초고 / 2013. 4.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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