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꽃 지자
마지못해 피우던 봄은 이제 그만
서러운 웃음을 닫고 내려서자
마디 마다 맺힌 상처들이 아물면
아무렇지 않다 손 흔들고
마침 부는 바람 어깨를 빌리자
꽃 피지 않는다 비웃는 이 몇이나 되겠는가
피어 있으면 잠깐 머물러 웃다
그저 나무로구나 모두 떠나는 것을
혼자 조바심으로 겨우내 가슴 앓았을뿐
여린 잎은 얼마나 떨고
마른 가지는 또 얼마나 눈물 쥐어짰던가
꽃 피지 않아도 나무는 나무
찬탄은 없어도 기댈 그늘은 아름다우리
아쉬워 하지도 말고
목련 개나리 쏟아지는 이 봄날에
마지막 무거운 꽃잎 하나 떨구고 그냥
무심한 나무가 되자
꽃 지자 이제 그만
내려 앉자 자유로
2013.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