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글로브 숲
초겨울 오후
예고된 첫 눈 사이로 묵은 나무들이 걷는다
바닥을 더듬느라 닳은 잔뿌리 마다
남루한 의심을 걸치고 저절로 걷는다
숲과 바다는 그저 우뚝
사이를 메우는 머리없는 나무들
떠도는 것들은 맴돌며 가라앉고
다족류의 습관으로 바닥은 분주하다
눈이 와서 기쁘고 눈이 쌓여 슬픈
오는 바람과 가는 바람에 모두 씻기는
오래 젖은 맹글로브
참 아무 것도 아닌 것들
2012. 12. 06 초고 / 2013. 2. 2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