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2008. 4. 3
오오츠크해에서부터 얼어 왔을 하얀 눈의 토막난 동태 두마리
각기 다른 곳에서 도살 당한 채 살 부대끼는 서로 다른 이름의 고기 덩이들
난자된 재작년 김장 김치를 부둥켜 안은 채 얼어 죽은 만두
푸룻푸룻 뒤엉켜 굳은 지난 봄의 추억같은 푸성귀
배 갈라져 부끄럽게 누운 다리 잘린 오징어 두마리
먹다 남아 아쉬운 채 그대로 굳은 끓어 얼은 이름 모를 국 한 그릇
메마르다 못해 한 모금 물기마저 빼앗긴 멸치떼.. 북어 한 마리
냉동실 안에는 정지된 생명이 가득하다
문을 열면 싸아 언 입김을 쏟는
하지만 온난화가 진행되면 정지된 생명은 죽음을 향해 달리는
삶과 죽음이 모조리 유보된 시간이 두려워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