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켜
2007. 12. 7
부음처럼 겨울이 왔다
문둥이 떨어진 손가락처럼
잎 떠난 자리
가슴 뭉특한 빈 가지만
하늘에 툭 닿아 있다.
떠나기 위해
그날 우리는
먼저 너에게로 난 작은 문들을
하나씩 하나씩 닫아야 했다.
여름날 동안
우리가 주고 받았던
끈적끈적한 대화를 멈추고
입을 닫듯 문을 닫아야 했다.
하늘 가득한 문닫는 소리 속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인사가 있었는지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떨켜 상처가 아물면
우리는
제문처럼 날리다
어디로 갔는지 소문으로 무성하고
부음처럼 다가온 겨울
뭉특한 손 오므린채
서운한 너는
하늘을 향해 빈 주먹질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