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몸살

취몽인 2008. 7. 3. 16:05

2008. 7. 3(목)

 

 밤새 비가 내리더니 오후 들어 다시 햇살이 무덥다.

반년을 지내고 새로운 반년을 시작하자마자 인사처럼 몸살이 먼저 왔다. 그제 오랜 만에 밤을 세웠더니

어제 오후부터는 몸도 여기저기 쑤시고 머리가 지끈지끈하더니 밤에는 그예 오한까지 찾아왔다.

밤늦게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 입는데 몸이 떨려 견딜 수가 없는게 아닌가?

대충 씻고 이불 뒤집어 쓴 채 밤새 끙끙 앓으며 땀을 뺐다. 아침엔 머리가 여전히 지끈했지만 몸은

좀 나아졌다. 하룻 밤 샐 정도의 체력도 이젠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하긴 지난 주 출장에.. 접대에.. 셔터맨 노릇에.. 지칠만 하기도 하다.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지 못하고 늘어져 있는데 전화가 왔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달란다.

시동을 걸고 앞으로 나갔는데 푸르르 시동이 꺼져 버렸다. 그러곤 다시 걸리질 않는다.

뒷차에게 어렵게 양해를 구하고 낑낑 밀어 제자리에 두고 긴급 서비스에 전화를 했다.

점화 계통에 문제가 있어 그렇단다. 배터리 문제는 아니고.. 96년식 소나타. 12년 20만 킬로를 탔으니

그녀석도 지칠 만하다. 요즘 부쩍  기운이 없는 내차... 주인도 저도 모두 지쳤다.

차는 새로 사면 되지만 지친 나는 어떻게 할것인가? 씁쓸함이 한층 더했다.

 

 오랜 만의 몸살.. 약국에 차를 대기가 힘들어 약도 먹지 않고 회사에 와서 생땀을 흘리며 버틴다.

몸 안에 불덩이가 있어 온 몸 땀구멍마다에서 땀이 솟는다. 그것을 새삼 느끼는 것이 의외로 재미있다.

통증이라는 것, 몸이 보내는 고함 같은 것. 머리로 무시해버리면 잠시는 누를 수 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어김없이 온통 야단스럽게 신호를 보낸다. 생각 또한 몸의 일부인 것을..

 

 기정이 전화 왔다. 안용욱사장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한다.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글쎄. 자신의 죽음을 알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위로? 감사? 작별 인사? 마땅치 않다. 좀 생각해보자고 했다. 간다면 담주엔 가야하는데..

아마 가게 될 듯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주말 동안 생각해야 할 과제가 생긴 셈이다.

 

 몸살은 오늘 밤이나 내일 오전이면 떠날 것이다. 하지만 내리막 목적지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리는

내 지친 영혼과 낡은 내 차, 그리고 목적지에 거의 다 닿은 안사장의 회한은 떠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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