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두메지

취몽인 2009. 7. 13. 15:46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7월에 다시 찾은 두메지...

 

전날 서울 경기에 300mm 정도의 폭우가 쏟아져 계획했던 낚시를 갈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거짓말 처럼 금요일에는 날씨가 활짝 개였다.

 

점심도 생략하고 급한 마음을 추슬러 두메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세시 무렵.....

2년만에 다시 찾은 두메지는 어제의 폭우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가뭄으로 물이 4~5m는 빠져 있어

저수지 맨 어깨가 벌겋게 드러나 있다.

 

먹거리는 후발대에 부탁하고 미끼와 기본적 소모품들만 챙겨서 좌대로 먼저 이동

아직 뜨거운 오후 해를 등지기 위해 좌대 뒤편, 연안쪽으로 허겁지겁 대를 폈다.

2.4 1대, 2.8 1대로 찌맞춤을 해 빈물 속으로  던져놓고 미끼를 만든다. 아쿠아텐 2와 고소미 50:50 

처음에는 다소 묽게 밑밥용으로 크게 달아 던지고....

물 한 잔 마시고 숨 좀 돌리려는데 입질이 벌써 온다. 8치, 7치 6치...... 펼쳐놓은 두대의 낚싯대가 분주하다.

늦게 출발한 일행이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10여수.... 전날 비로 유입된 새 물 탓인지 조과가 심상 찮다.

흠이라면 수입 붕어가 주종을 이뤄 버티는 힘이 좀.... 퍼덕거리기 보다는 쭉 끌려오는 느낌이 별로다.

 

다섯시 넘어 임감독과 아들 종훈이 김실장 도착.

한 시간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던 입질이 또 쏟아졌다. 이번엔 김실장 쪽에서 터졌다.

 

해가 기울고 주문한 닭도리탕과 어설프게 끓인 매운탕(얼마만에 맛보는 낚시터에서의 매운탕인가?)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도 입잘은 쉬지 않고 여전히 씨알 또한 월척을 넘나든다.

벌써 살림망은 30~40수 정도의 붕어로 가득. 간간히 잉어도 한 마리.. 요란스런 메기도 한 마리....

두시 반을 넘어 입질은 잦아들고 우리도 눈을 부치기로 결정. 더 잡을 미련도 없었다.

 

해가 뜨기 무섭게 김실장은 또 부지런히 붕어를 건져 올렸지만 난 이미 의욕 상실...

라면 하나 끓여 먹고 피라미가 극성을 부리고 아침 햇볕이 정면으로 쏟아져 철수하기로 결정.

살림망을 들어 보니 묵직하다. 어젯밤 재수없이 매운탕 거리로 수명을 다한 녀석들과 상처로 밤새 죽은

녀석들을 제외하고 모조리 방생... 김실장 말처럼 수년 동안 낚시를 와서 이만큼 잡아보긴 처음인 것 같다.

 

배를 타고 저수지를 나오면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일년 만에 온 낚시,

고즈넉하게 쉬려 했지만 오히려 어부처럼 고기만 잡다 끝난..... 7월의 낚시.....

 

그래서 다음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 하는 생각을 먼 좌대위에 남겨두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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