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휴가

취몽인 2009. 8. 11. 13:31

 

 

 

 

 ㄱ월 31일 그리고 8월 1일에 걸쳐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아내 가게의 주고객인 미술학원이 그 때 방학을 갖는다고 해서 날짜는 선택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한주전 정도에 혹시나 해서 휴양림 예약을 뒤져봤더니 운좋게도 주천강 강변자연휴양림이란 곳에

빈 오두막이 하나 있더군요. 잽싸게 예약을 해뒀지요. 딸들도 일박이일 정도의 일정은 무리가 없다고

해서 금요일 오전에 된장찌게 거리하고 한끼분 쌀만 아이스박스에 담아 차에 싣고 떠났습니다.

 

  영동고속도로는 예상대로 적당히 막혀 세시간

만에 둔내 IC를 빠져나와 휴양림 통나무집에 도착했습니다. 강변 휴양림이라고 해서 강변이 바로

앞에 있을려나 했는데 오히려 산속 높고도 깊은 곳에 위치해서 강은 깊은 계곡 숲에 가려 전혀 보이

질 않았습니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이 아니라 지역 산림영농조합이 운영해서 그런지 휴양림

시설은 아주 낡아보였습니다.

 

 짐만 내려놓고 횡성시내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바로 옆인줄 알았던 횡성 시내는 족히

30km는 떨아져 있더군요. 배고프다는 아우성을 쏟는 식구들과 유명하다는 횡성 한우 숯불구이를

감질나게 먹고(산지라고 해도 제법 비싸더라구요..) 마트에 들러 바비큐 재료를 대충 사서 휴양림으로

귀환. 좀 쉴 요량으로 통나무집 베란다를 서성이는데 천둥 번개에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집옆우거진 나무들위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무엇보다 시원했습니다. 딱히 어디 갈 계획도 없었으니

내리는 비가 귀찮을 일도 없었지요. 비는 두시간 가량 쏟아졌다 개였다 하며 오후를 식혔습니다.

 

 비가 그치고 어둠이 내린 통나무집에서 통과의례처럼 삼겹살 숯불 바비큐를 해 먹었습닉다.

숯불 피우는 공력에 비해 별 맛은 없더군요. 그냥 숲속에서 바비큐도 해먹었다는 자위 정도?

숲속 밤은 특별히 깜깜했습니다. 앞집 테라스에 켜둔 불빛이 유난히 밝아 보이는 오랜 만에 보는

칠흙 같은 밤이 참 휴가 답단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숲속에서의  아침은 성큼 풋풋하게 다가왔습니다.  

집에서 처럼 깨어나기 힘들어하는 무늬를 일으키고 집에서 준비해온 된장찌개에 카레를 곁들여

숲속에서의 아침 식사를 즐겼습니다. 마무리로 커피 대신 숭늉에 누룽지까지...

푸른 하늘은 어제의 습기를 모두 떨쳐내고 쨍한 더위를 예고하듯 빛나고 있었습니다.

 

 11시쯤 거칠고 깊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은 휴양림을 뒤로 하고 동해로 향했습니다.

주문진 방면으로 가다 지난 겨울에 들렀던 연곡해변을 찾았지만 피서 인파에 차들이 가득해서

그 옆길 해변도로를 달려 이름 모를 바닷가에서 잠깐 파도에 발목을 담갔습니다. 저온현상이라더니

동해 바닷물은 역시 찼습니다. 개구장이들도 감히 물속에서 수영을 하지는 못하고 모두들 해변에서

파도를 기웃거리는 정도의 물장난에 만족하고 있더군요. 녀석들의 인생에서  아쉬운 여름 바캉스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하니 좀 안쓰러운 마음도 들더군요.

   

 

 

 

 

 우리 가족 동해 여행의 필수 코스인 하조대에 들러 바닷가에 바글바글한 피서객들을 관람(?)하며

시원한 횟집 평상에서 푸짐한 모듬회에 매운탕으로 점심 식사.

이로서 아내의 휴가 미션인 고기 먹고 회 먹는 맛있는 여름 휴가는 달성 된것 같습니다.  

 

 오색을 들렀음 좋겠다는 아내의 생각에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오랜만에 한계령을 택했습니다.

오색에서 잠깐 쉬는 동안 아내와 하늬는 약수터를 들르고 감자전을 몇 장 사왔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계곡 옆에서 감자전에 머루주를 한잔 하면 참 좋을텐데... 아쉬움만 남기고 출발..

오색에서 바라본 한계령 정상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는데 막상 우리가 엉금엉금 올라 보니 온통

안개비 천지였습니다. 10미터 앞도 잘보이지 않게 흩날리는 짙은 안개 속을 헤쳐 나가며 구름 속을

지나는 느낌이 이런 것이겠구나 생각해 봤습니다. 

 

 한계령을 넘자 그 짙던 안개는 거짓말 처럼 싹 사라지고 다시 여름날의 청명한 오후가 서쪽하늘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인제를 지나 홍천에서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새로 뚫린 서울 춘천고속

도로를 타고 달렸습니다. 이제 토요일을 맞아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과 차로 가득한 반대변 도로를

유유자적 바라보며 서울로 휭하니 돌아오는 길은 홍천에서 서울의 강일까지 겨우 45분 남짓 거리더

군요.. 정말 새 도로가 속 시원하 뚫렸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무늬가 급히 튼 TV에서는 무한도전이 막 시작했더군요... 

가족 휴가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아! 그 다음날 저녁에 모두 함께 찜질방도 갔습니다. 그게 끝이지요.

 

그리고 저는 이틀 더 남은 휴가를 아내 가게에서 노력봉사를 하며 보냈습니다.ㅠ_ㅠ

'이야기舍廊 > 하루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산 바다 그리고 수채화..  (0) 2009.08.24
반가운 이름  (0) 2009.08.20
두메지  (0) 2009.07.13
무례함과 위협  (0) 2009.07.08
다시 앵두나무 곁에서  (0) 2009.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