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올린 지가 제법 된것 같다.
특별하게 뭐가 바빠서라기 보다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터무니 없는 글재주이긴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손끝부터 메말라 뭘 쓸수가 없다.
더불어 책도 통 읽지 못하고 있으니.. 책상위에 여류 건축가가 쓴 집에 관한 에세이집이 놓여
있은 지가 보름은 넘은 것 같은데 아직 30%도 채 못 읽고 있으니...
가히 감성이 메마르다 못해 찌든 수준이다.
오후에 광고가 실렸다고 직원이 9월호 '샘터'지를 한권 들고 왔다.
뒤적뒤적하다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황인희"
예전 광고춘추에 근무할 때 거래선이던 계몽사의 광고담당 과장님......
광고주라기 보단 참 친하고 허물없이 지내던 좋은 선배로 기억속에 남아 있는 분이다.
광고춘추를 그만두고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느라 연락이 끊어진 지가 어느듯
10년은 된 것 같다.
샘터사에서 편집을 맡았다는 소식 들은게 끝인데 결국 샘터에서 다시 만난 것이 새삼스럽다.
인터넷에서 선배의 연락 끈을 한참 뒤진 끝에 블로그를 찾았다. 2004년 이래 새로운 글이
올려지질 않은 걸로 봐서 요즘 관리를 잘 안하는 블로그인 것 같지만 그래도 안부를 남겨 놓았다.
물론 샘터사로 전화해서 연락처를 물어보면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선뜻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내 마음 속에 부끄러움이 있음을 속일 수가 없다.
십여년전에도 들었던 친정집 제삿날 치닥거리가 모두 선배의 차지라는 푸념이 반갑게 블로그에
남겨져 있고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외동딸이 2004년에 중학교 입학을 맞는다는 글이 있는
걸로 봐서 녀석도 이젠 입시 스트레스를 받을 고등학생이 되었으리라 짐작도 해본다.
샘터에 앞으로 4개월 기획 연재로 왕릉 탐방기가 실링 예정이라 한다. 남편분이 사진을 찍고
선배가 글을 쓰는... 참 보기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그게 그리고 50을 맞는 기념 프로젝트라고 하니
그 또한 선배 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여름, 무더위가 가시기 전에 선배를 다시 만날 것 같다. 그래야 할 것 같다.
오랜 만에 선배가 좋아하는 전에 청하나 동동주를 한잔 나누며 10년 세월을 더듬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