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결혼

취몽인 2009. 10. 20. 11:44

 

 

 

 

 

지난 주말 같이 일하는 여직원이 결혼을 했습니다.

신랑도 잘 아는 사람이어서 당연히 예식장을 찾았지요.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그래서 외동딸이 시집을 가는데도 참석하지도 못한,참 안타까운 결혼식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신부는 늘 사무실에서 보던 모습보다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신부 대기실에 드레스

차림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정말 꽃 같다는 표현이 참 적절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차 결혼할 여자 친구와 같이 앉아 예식을 지켜보던 직원에게 불쑥 말을 던졌습니다.

'나는 우리 딸이 결혼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 돌아 온 대답은 '그러실 거 같아요.'

 

큰딸 하늬가 올해 스물 둘... 앞으로 빠르면 4~5년 안에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요.

나와 아내가 각자 스물여섯 나이에 결혼을 했으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절대 아니죠. 

그래서 이번엔 신부 입장때 아버님의 에스코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예행 연습하는 기분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날 것 같다라고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삼십년 가량의 세월, 갓난 아기때부터 나의 성인 시절을 오롯히 함께 보낸 딸을 또 하나의

성인으로 만들어 떠나보내는 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그 생각들은 닥쳐올 그 시간에 하는 게 여러모로 맞는 것 같아 생각을 그만 멈춥니다.

 

대신 내가 살아 온 결혼을 되짚어 봅니다.

다분히 이성적이지 못했던 결혼, 그리고 어린 새신랑의 방종, 좌절, 다툼, 그 가운데 태어난 두 딸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십이년이 흘렀네요. 새삼 아내한테 미안해 집니다.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들이 참 많았는데... 그땐 왜 그렇게 생각하질 못했던지...

지금 삶의 모습이 그닥 아주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지만 내 이기를 떠나 아내 입장의 스물두해를

생각하니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갚아 주여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피로연장 식탁에 놓인 약과와 떡 두개를 주머니에 넣어가서 가게에 있는 아내에게 주었습니다.

아내는 잘 하지 않던 남편의 행동에 잠시 놀라더니 참 좋아하더군요. 떡 두개가 좋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생각해 떡 두개를 주머니에 넣은 마음이 좋은 거겠죠.

 

참 쉬운 일인데... 사소한 일인데... 그걸 애써 무시하고 산 나를 혼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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