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오픈 카드

취몽인 2009. 11. 12. 17:12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개 돌린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고개를 돌린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입을 닫고 있습니다.

그 뒤꼭지를 향해 카드를 던진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던진 카드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돌아올 카드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 무료합니다.

알량한 대안과 비겁한 기대로 카드를 독촉하진 않습니다.

불쑥 불쑥 솟는 자괴감으로 일어 섰다 앉기를 여러번 하지만

지금도 제자리에 보릿자루처럼 주저 앉아 시간을 꾸역 담습니다.

카드는 돌아올 것입니다. 멀지 않은 시간에..

그러면 나는 그 찢어진 카드를 지갑에 녹슨 칼처럼 꽂고

널부러진 시간의 강가로 나갈겁니다.

아직도 남은 잎은 마른 가지에 많이 있고

마음 급한 바람이 녀석들을 채근하는 11월의 시린 강가

익숙한 몇몇의 패배자들을 찾고

알수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비틀대는 친구의 등을 두드리며

새로운 몇 장의 카드를 모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 모습이 낫다는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여전히 쭈그리고 앉아

마른 담배를 피우러 들락대고

왜 카드는 돌아 오지 않는거지?

이미 읽어버린 카드가 내 얼굴을 그을 때까지

빈 의자로 빙빙 도는 꼬락서니가 참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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