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이승훈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취몽인 2010. 5. 28. 11:49

 

 

 

 

 

 

 

 

일 전에 청계천 헌 책방을 뒤지다 손에 넣은 몇 권의 책 중 한 권

다치바나의 말처럼 한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집중해서 얽는 것이 효용이 높으리란 생각에서

이형기교수의 책에 이어 바로 읽어 본다. 이 책 다음에는 역시 청계천에서 구한 한국詩와 민속에 관한

책을 읽을 예정이다. 그 다음에는 송수권의 체험적 詩론을 다시 한 번 읽고... 아주 도사가 되겠군.^^

 

'詩 작법' 또는 '詩론'에 관한 몇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는 동안 얻어지는 것들이 조금은 있음을 느낀다.

아무생각 없이 써 왔던 내 詩에도 이론에 나오는 '구조', 즉, 운율이란게 자연스레 담겨져 있었다는 사실과

감상을 표현하는 詩를 넘어 한 편의 시를 만들 때 분명한 목적이 담긴 메시지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詩어로 표현되는 감성과 더불어 읽허질 때를 고려한 긴장감 있는, 또는 전략적으로 고려된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 등이다. 이미지를 묵혀 두는 방법이나 詩상을 출발하는 방법, 퇴고의 중요성 등도 새삼 배운다.

 

자, 이 책으로부터는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어설픈 공부를 향해 또 출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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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가 말한 것처럼 시인 혹은 문인의 조건은 대학을 중퇴할 것, 연애에 실패할 것, 폐결핵을 앓을 것,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울 것, 장발이고 얼굴이 창백할 것, 가난할 것 등으로 요약된다. ㅋㅋㅋ

 

시가 아름다운 것은 시인이 자신의 관념을 직접 전달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관념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인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교육에 의한 사유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지 말고 스스로 경험하라는 것,

그것도 사물을 새롭게 경험하라는 것

 

아내가 일상 세계라면 시는 다른 여성이고, 남편이 일상 세계라면  시는 다른 남성이고 요컨대 시 쓰기도

불륜을 꿈꾸는 마음이다.

 

패러디(parody), 흔히 풍자적 개작으로 불리는 패러디는 다른시인의 작품이 보여 주는 소재나 형식이나 문체를 모방하고

이 모방을 통한 차이나 부조화가 원본에 대한 비판성을 띤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의 경우에는 이런 비판성이 없는

이른바 공백의 패러디, 혼합  인용의 방식인 페스티쉬(pastiche)가 강조된다. 패러디가 원본에 대한 비판성을 띠느냐

띠지 않느냐는 시인의 세계관, 문학관과 관련되고 흔히 비판을 강조하면 모더니즘, 비판이 결여되면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수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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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서시>가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것은 .... 음악성 때문이고, 그것도 두운과 요운 현상 때문이다.

 

죽는 날까지 늘을러러

점 부럼이 없

잎새 이는 바람

나는 괴로워했다.

--- (중략) ---

 

오늘 에도 람에 스치운다.

 

먼저 '하늘을 우러러'라는 표현. 요운의 효과 때문이다.  '하늘을 우러러'의 경우 '-ㄹ-/-ㄹ-'이 반복됨으로써 요운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하늘을 쳐다보며'나 '하늘을 공경하며'가 단순한 의미 전달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표기는 미적 효과를 목표로 하는 것.... 

-------- 요운 현상은 2행 '부끄럼이 없기를'에도 나타난다.  '-ㄲ-/-ㄱ-'의 반복이 그렇다. ㄲ 과 ㄱ은 다르지만 이 시행의 경우

비슷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 마지막 행이 아름다운 것 역시 '-밤-/-별-/-바람-'의 요운 현상 때문이다. 결국 윤동주

<서시>는 사상이 아니라 소리 효과, 음악성, 그것도 섬세한 운의 효과가 감동을 주고 그의 시가 명시인 것은 이런 예술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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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 이론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서구, 특히 유럽쪽의 이론서들을 적용한 탓이 아닌가 싶다.

이승훈시인의 책에서는 시의 형태나 구조 그리고 운율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하는 예술성 부분에서 주목할 부분이 많다.

 

나처럼 손이 가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시를 쓰는 사람에게 특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훌륭한 시인들이 탄생시킨 훌륭한 시들에는

이처럼 단순한 감정을 언어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설에서 픽션을 구상하듯 치밀한 의도와 구상 속에 시어를 배치하는 각고의

노력이 있었음을 새삼 알 수 있다.  그래서 공부는 필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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