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최정숙 < 현대시와 민속 >

취몽인 2010. 6. 1. 11:11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끝 곱게 드리운 주렴에 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치게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발도소이다.

살살이 퍼져 나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처마 끝에 곱게 감춘 雲鞋 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을 말하는 한 마리 胡蝶

胡蝶인 양 사푸시 춤을 추라 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이냥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지어다.

 

 

- 조지훈 <古風衣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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