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2010. 8. 20
새벽 두시 늦은 맥주 한 잔이 끓어 올라 겨우 든 잠이 땀흘리며 깬다.
밀폐된 어둠의 배설 땀으로 쏟아지는 각성. 우르르 분출하는목덜미.
숨 가쁜 낡은 선풍기가 혼자 어둠을 젓고 있지만 흔적도 없는 태양의
그림자는 느리고도 잔인한 융합을 멈추지 않는다. 입 벌린채 힘겹게
잠든 아이들의 열린 방. 널부러진 무력 위로 드리운 지친 별 그림자 .
느린 맥박의 가쁜 숨 쉬는 LED들. 빨간 눈으로 30도에 걸려 자맥질하는
수은주. 셀프로 주저앉은 에어컨의 노역을 다시 살리자 반짝 갈라지는
액정의 숨결 사이. 눈가를 가로질러 왱 날카로운 모기 한 마리 앞선다.
눅눅한 시트 위로 먼저 쓰러지는 지친 바람. 어둠은 납작 지겨운 체
온을 누르고 누구를 향해 짜증을 쏟아야 할지조차 모르는 아! 열대의
묵지근한 침묵, 폭력. 검게 달구어진 이 밤에 도무지 나는 식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