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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 힘

취몽인 2010. 9. 2. 10:00

 

 

 

 

 

 

 

 

안간 힘

 

                                                 2010. 11. 1

 

 

밤새 도시는 멀리서 온 바람에 시달렸다

불빛을 찾아 창문이 젖은 벽을 굴착하고

어둠은 비에 찢겨 비명처럼 연기처럼 치솟았다

 

날이 밝아도 도시는 여전히 흔들린다

비틀거리는거리들이 쏟아지는 아침엔

아무렇게나 부숴진 바람 조각들이 가득하다

 

꽉 막힌 두려움이 삐죽한 남태령을 넘는 동안

길 가에 드러누운 나무들 나무들 추위에 떤다

생가지로 찢어져  내려다 보는 나무들 슬픈 나무들

 

밤새  튀어 오르며 울부짖던 짙은 고함들은

모질게 뺨을 치며 도시를 밀어내던  폭력에 맞서

젖은 땅 죽기로 움켜쥐던 나무들의 구령 소리

 

어깨 서로 묶고 바람의 주먹질에  맞서다 맞서다 

기어이 손 빠져 쓰르르 쓰르르 쓰러진 나무들 나무들

안타깝게 내려다보는 상아빛 피흘리는 나무들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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