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간 힘
2010. 11. 1
밤새 도시는 멀리서 온 바람에 시달렸다
불빛을 찾아 창문이 젖은 벽을 굴착하고
어둠은 비에 찢겨 비명처럼 연기처럼 치솟았다
날이 밝아도 도시는 여전히 흔들린다
비틀거리는거리들이 쏟아지는 아침엔
아무렇게나 부숴진 바람 조각들이 가득하다
꽉 막힌 두려움이 삐죽한 남태령을 넘는 동안
길 가에 드러누운 나무들 나무들 추위에 떤다
생가지로 찢어져 내려다 보는 나무들 슬픈 나무들
밤새 튀어 오르며 울부짖던 짙은 고함들은
모질게 뺨을 치며 도시를 밀어내던 폭력에 맞서
젖은 땅 죽기로 움켜쥐던 나무들의 구령 소리
어깨 서로 묶고 바람의 주먹질에 맞서다 맞서다
기어이 손 빠져 쓰르르 쓰르르 쓰러진 나무들 나무들
안타깝게 내려다보는 상아빛 피흘리는 나무들 나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