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2010. 10.6
명절 끝에 달라붙은 이번 감기는 제법 끈질기다
신열로 제대로 낚아채 자리에 눕히지도 못하면서
머리통을 쥐락펴락 영 맥을 놓게 만드는 집요가 있다
보름 넘게 씨름하느라 삭신이 물러졌나 싶었더니
정작 꾹꾹 눌린 몸뚱아리는 멀쩡한데 소통이 말썽이다
오한과 함께 떠나간 녀석이 미련으로 뭘 남겨놨는지
머리통 깊은 어디쯤에서 악취가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침을 삼키면 마른 치약을 짜내듯 목구멍으로 흐르는
양칫물을 헹구고 뱉는 순간 욕지기로 찌익 따라나오는
우동 국물이 작열하며 목구멍을 지직 통과하는 순간에도
담배 한모금 끝에도 시궁창 냄새가 코로 목으로 배회한다
승강기 같이 탄 여자의 찡그린 얼굴 썩은 악취 탓 아닐까
옆자리 친구 섣부런 짜증도 고통스런 후각의 예의 아닐까
입속, 콧속, 목구멍속에서 순환하는 썩은 냄새를 가두고자
입 앙다물고 숨을 바득 참아도 그 순간에도 음식물 쓰레기
짙은 국물이 흐르듯 낡은 인후를 흘러내리는 느린 이물감
살아 있으면서 머리가 썩어간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참은 숨을 크게 내 쉰다 사오정의 나비들이 날아가는 모습
진작에 썩어 있었을지도 모를 이제서야 깨달았을지도 모를
구불구불 발효하는 산화, 숨 쉬는 악취로 가득한 나의 머릿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