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감기
2010. 9. 27
낮의 길이로
꽃 피울 시기를 안다는
봄날의 나무들
태양이 기우는 모습으로
잎을 물들일 시간을 가늠한다는
가을날의 나무들
그렇게 천천히
하루하루를 바꾸어 가는
나무들의 지혜에 비하면
어저께까지 숨 헐떡이다
오늘 당장 발목 시려
당황하는 내 몸뚱아리
불쑥 다가온 단절에
신열을 쏟고
삭신이 무너지는
나의 가을은
무지근한 감기로부터
어찌어찌 잎 떨어지는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