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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

취몽인 2010. 12. 27. 11:36

 

 

 

 

 

 

 

 

 

지게

 

 

                                2010. 12. 27

 

 

동지 지나 꽁꽁 언 막달 기우는 밤

한 해를 돌아보니 참 공으로 살았다

 

이 끈 저 끈 끈이란 건 모조리 잘려

염치마저 닳아빠진 몽당 빗자루 신세였는데

형, 형 하는 오랜 후배 고마운 웃음에 기대고

몸 무거운 옛 직원 분투에 더부 살고

월세에 쫒기는 동생 손 시린 배려에 얹히고

하다못해 쫀쫀한 나라 살림에도 손 벌리고 

턱없는 처남의 핏빛 등짐에 한 짐 더 얹고

앞 길 창창한 아이들에 송곳 같은 빚 지우고

대면대면하던 친구 가난한 살림에 숟가락 디밀고

급기야 목터져라 한 푼 두 푼 모은 아내 등까지 치고

그렇게 한 해를  빈 어깨로 살아왔다

 

기대 살 수 있는 것도 내 복이라  말하는가

 

하지만 그렇게 평생 기대어 산 왼 다리가 꺾이고

비칠대며 한 해 고개를 넘어가는 동지 섣달

내 무력한 무게로 인해 힘들었을 지게 작대기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릎 옹이가 안쓰럽다

 

이제 저 고개 넘어 가면

맡겨 둔 무거운 짐 다시 지고 걸을 수 있을까

밭쳐 둔 작대기 꾹 집고 일어서

좁은 등 가득히 풋풋한 사랑들을 대신 지고 걸을 수 있을까 

 

창 밖에 쌀가루 같은 눈이 내린다

오랜 사랑 고운 눈도 이젠 미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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