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풍경
2011. 5. 3
가는 귀가 살짝 먹은 어머니가 거실에서 목놓아 TV를 보고
있다. 아래로 흐르는 수상기 속 낯 익은 얼굴들이 치고 받고
욕하고 고함치고 운다. 욕망의 불꽃은 치열하게도 타오르고
있다. 마음이 아픈 아내는 안방 문을 걸어 잠그고 깜깜하게
잠들어 있고 아이들은 제 방에 슬어 이어폰으로 바깥을 틀어
막고 있다. 내가 있을 곳은 화장실 아니면 거실과 연한 주방
뿐. TV가 비스듬히 보이는 식탁에 앉아 귀로는 싸구려 격정
에 쫒기고 눈으로는 니어링을 읽는다. 그는 100세에 좋~아!
하면서 꺼지듯 세상을 떠난다. 네쪽 남은 책. 책속의 풍경은
고즈넉하고 호흡조차 느린데 자꾸만 TV 속 여자의 악다구니
부옇게 떠나는 니어링을, 따라나서는 나를 예리하게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