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온 사진>
넓어지는 집
2011. 3.3
길은 자라면서
점점 좁아진다는 것을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찾아가서 알았다
하지만 그 동네 삽짝에 놓인
어머니의 오랜 집은
넓기가 배꼽마당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빠져나가고
아들 둘이 굴러 나간 대청 마루는
삐걱거리는 빈 목소리만 가득하다
그래도 마른 가지처럼
꼬장한 어머니 목소리가 들릴 땐
여기저기 숨은 이야기들이 기웃거렸는데
덜컥 쓰러진
주인을 병원에 눕혀두고
안부처럼 되찾은 시멘트 마당엔
시시껄렁한 바람만 왔다갔다 하고
빈 마음들이 빨랫줄에 널려
기척을 찾아 휘날린다
아버지가 빠져나갔어도
아들 둘이 굴러 나갔어도
낡은 걸레 한 장으로 온갖 틈을 다 훔치던 어머니의 집
속옷 가지를 챙겨
마당에 내려서자
집은 저만큼 또 넓어진다
혼자 있는 집은
생각만으로도 자꾸만 넓어질 요량이고
넓어지는 집이 무서워 돌아나설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