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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는 집

취몽인 2011. 3. 2. 10:46

 

 

 

 

 

 

 <빌려온 사진>

 

 

 

넓어지는 집

 

 

                                                             2011. 3.3

 

길은 자라면서

점점 좁아진다는 것을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찾아가서 알았다

 

하지만 그 동네 삽짝에 놓인

어머니의 오랜 집은

넓기가 배꼽마당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빠져나가고

아들 둘이 굴러 나간 대청 마루는

삐걱거리는 빈 목소리만 가득하다

 

그래도 마른 가지처럼

꼬장한 어머니 목소리가 들릴 땐

여기저기 숨은 이야기들이 기웃거렸는데

 

덜컥 쓰러진  

주인을 병원에 눕혀두고

안부처럼 되찾은 시멘트 마당엔

 

시시껄렁한 바람만 왔다갔다 하고

빈 마음들이 빨랫줄에 널려

기척을 찾아 휘날린다

 

아버지가 빠져나갔어도

아들 둘이 굴러 나갔어도

낡은 걸레 한 장으로 온갖 틈을 다 훔치던 어머니의 집

 

속옷 가지를 챙겨

마당에 내려서자

집은 저만큼 또 넓어진다

 

혼자 있는 집은

생각만으로도 자꾸만 넓어질 요량이고

넓어지는 집이 무서워 돌아나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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