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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만난 귀가

취몽인 2011. 5. 12. 10:02

 

 

 

 

 

 

 

이별을 만난 귀가

 

                                                                                                  2011. 1. 24

 

주일 오후 눈이 내렸다  습관처럼 찾아든 신의 처소 속절없는 회개가 마당에 쌓일 무렵

도망치듯 집으로 향하는 길목을 눈은 축적된 집착으로 귀가를 완강히 막는다 빤히 보이

는 고개 마루를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도무지 오르지 못하는 가소로운 절망 제자리를

헛돌다 주인 잃은 회개가 너저분하게 쌓인 신의 마당으로 다시 돌아 온다 치워도 치워도

쌓이는 허물들 사이로 하릴 없는 자동차를 내 던지고 역시 헛도는 걸음으로 재차 언덕을

오른다 한 걸음에 반 걸음씩 까먹는 걸음 걸음 한 달을 앓은 무릎은 손에 쥔 경전마저 원

망스럽다 성큼 깍아지른 둔덕에 기댄 아파트 아이와 아버지는 눈을 쓸고 그 위로 아파트

옥상에서 던진 뭉터기 눈이 다시 쌓이고 욕설이 오가고 아이는 빗자루를 집어 던진다 예

쁜 나무 난간에 기대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귀가 왼 발을 딛고 나서는 오른 발을 예리하게

붙드는 통증 저기 바로 앞이 집인데 눈은 자꾸만 눈앞에 쌓이고 퇴로는 어두워진다 어찌

어찌 귀가할 것이나 미끄러진 거역으로 덧난 나는 앓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보다 더 다시

녹지 못한채 고스란히 더럽혀진 회개를 쓸어 담으러 이 길을 거슬러 내려올 내일의 악몽

을 꿀 것이다 재건 중인 무릎은 다시 금이 가고 넘어지지도 못한채 주춤 주춤 비명을 마

실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눈은 여전히 새롭게 쌓이는데 나의 사랑은 차츰 얼어 굳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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