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맛 - 김치찌개
2011. 6. 3
현대문학 6월호에 실린 정이현 작가의 에세이 '비밀의 맛 - 김치찌개'를 읽다가 문득 나와 내 가족을 만났다.
글에서 작가의 어머니는 평생 돼지고기가 들어 간 김치찌개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김치찌개를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만 그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그 음식을 먹지 않는 탓에 40년 동안 자기의 취향을 포기하고 멸치국물로 맛을 낸 멀건 김치찌개를
먹어왔다. 작가는 그런 어머니의 삶에 대해 어느 것이 진짜 어머니의 삶인가를 고민한다.
내가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대학 3학년때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전에는 돼지고기는 물론 닭고기도 못 먹었고 소고기도 국속의 고기는 요리조리 피해가며 먹었다.
요즘도 고기가 일단 물에 들어가 잇으면 그것이 소건 돼지건 닭이건 거의 대부분 건져내고 먹는다. 그 이유는 어릴 적 한약을 오래 먹어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지 않고 지낸 시기가 길었고 그러다보니 먹는 취향이 아예 내겐 없었던 탓이 가장 크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다행히 술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삼겹살이니 불고기니 닭튀김이니 하는 구운 고기는 잘 먹게 되었지만 여전히 물에 빠진 고기는 영 아니다.
어릴 적 내 이런 식성 탓에 유난히 돼지고기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도 식탁에서 돼지고기 구경을 영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혼한 후로는 식탁의 호스트가 된 탓에 우리 집 아이들과 아내 또한 목살 푸짐히 들어간 김치찌개 같은 건 아빠 없을 때
또는 아빠용 다른 반찬이 마련되었을 때 한 번 씩 먹는 별미가 되고 말았다. 특별히 아내는 고기가 물에 빠진 음식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유별스런 남편 덕에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물론 순대국이니 감자탕이니 닭개장이니 하는 음식들을 구경하는 일이 어려워 졌다.
그렇지만 아내가 내게 이런 결핍을 투정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님 꾹 참고 있었든지....
어쩌면 이것도 폭력일 지 모른다. 내가 무슨 권리로 아내의 미각적 취향을 원천봉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도무지 내 목으론 물에 빠진 고기가 넘어가지 않는데... 고통을 참고 아내의 취향을 배려한다?
어려운 일이다.
어찌할 것인가?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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