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빨간 불이 켜지자
풍뎅이 한 마리 불쑥 창문 안으로 날아든다
타다닥 타닥
유리창에 전신갑주를 부딪히더니
구석에 쿡 쳐박혀 꼼짝을 않는다
창문 열고 손가락 튕겨 쫒자
비척비척 날아서 제 하늘로 돌아 간다
파란 불이 켜지자
출발하던 차들이 모두 움칫 까치발을 한다
미이오 미오
고개 내밀어 쳐다보니
작은 신발의 사람 하나 꼼짝을 않는다
넋나간 택배 기사 고함치고 흔들어도
모로 누운 할머니 벌써 하늘로 가신 듯 하다
21012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