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김밥
한국에서 목사 노릇을 할려면 목 메이는 아침의 시장기
어린 기도와 김밥을 꾸역 맛있게 먹을 줄 알아야 합니다
유부초밥 같이 새콤 부드러운 삼십대 후반의 목사님은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콩나물 없는 콩나물 국을 휘감아
참치김밥 한 줄 넘기고 다시 치즈김밥 웅크린 호일을 깐다
너의 죄가 사하여 졌느니라 라는 말이 네 병이 고침을
받았느니라 라는 말보다 쉬운 것은 즉각 확인할 수 없는
모호함 때문입니다
기도실 바로 두 층위 목사님의 집 세째를 가진 사모님이
아이들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텐데 굳이 배고픈 청년들 틈
에서 목 메인 깁밥을 먹는 것은 사랑인가 모호함인가
복은 악착같이 빌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납작하게 깔려 있어야만 합니다 근데 오늘 집사님은 거룩한
한량처럼 보입니다
살아내야 한다는 마음과 순종이라는 강압에 붙들린 의무가
버무려진 새벽기도의 끝 비겁한 한량의 검은 식도에 가난한
단무지와 기름진 햄이 꽉 막힌채 천천히 내려간다
* 2011.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