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밤샘

취몽인 2011. 11. 4. 16:57

 

 

 

 

 

 

 

 

 

밤샘

 

 

                                                                

밤을 샌다 꼰 다리가 저리고 등줄기가 눅눅한 밤을 샌다

손뼉을 부딪혀도 숨처럼 빠져 나가는 모기 한마리와 함께

새벽은 쉬지도 않고 달려오고 어둠은 자꾸만 뒤척인다

두런두런 속삭이는 마른 시간들 흐르다 멈추는 수염 자라는 소리들

되살아나는 꽁초들 쓰라린 연기에 묵은 불빛은 멈칫한다

몇 가닥 형광등이 파르르 떨고 피로에 녹스는 심장의 박동

벽은 생각을 낳고 천정은 생각을 죽인다 벽이 낳은 생각을 죽이는 천정

스물스물 기어 오르는 목 잘린 어제들 나부끼는 시계 소리

굽은 어깨로 기대 앉은 그림자는 어딘가 졸고 있을 밤의 뒷편

잠들지 못한 것들은 밖에서 컴컴하며 짖고 깨지 않는 개는 침묵

졸음이 기웃 거리자 흠칫하는 구석진 기억 부스러기들

깊이 모를 음모에 가담한 시간은 돌아서서 키득키득 비웃고

나는 긴 밤을 지새며 뾰족한 새벽의 모퉁이를 갉아내고 있는 중

 

 

 

 

 

 

* 2007. 7. 26 초고 / 2011.1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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