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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김밥

취몽인 2011. 11. 9. 10:54

 

 

 

 

 

 

 

 

 

 

목사님의 김밥

 

 

 

 

  한국에서 목사 노릇을 할려면 목 메이는 아침의 시장기

어린 기도와 김밥을 꾸역 맛있게 먹을 줄 알아야 합니다 

 

  유부초밥 같이 새콤 부드러운 삼십대 후반의 목사님은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콩나물 없는 콩나물 국을 휘감아

참치김밥 한 줄 넘기고 다시 치즈김밥 웅크린 호일을 깐다

 

  너의 죄가 사하여 졌느니라 라는 말이 네 병이 고침을

받았느니라 라는 말보다 쉬운 것은 즉각 확인할 수 없는

모호함 때문입니다

 

  기도실 바로 두 층위 목사님의 집 세째를 가진 사모님이

아이들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텐데 굳이 배고픈 청년들 틈

에서 목 메인 깁밥을 먹는 것은 사랑인가 모호함인가

 

  복은 악착같이 빌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납작하게 깔려 있어야만 합니다 근데 오늘 집사님은 거룩한

한량처럼 보입니다

 

  살아내야 한다는 마음과 순종이라는 강압에 붙들린 의무가

버무려진 새벽기도의 끝 비겁한 한량의 검은 식도에 가난한

단무지와 기름진 햄이 꽉 막힌채 천천히 내려간다

 

 

 

 

 

* 201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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