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와 글 공부

詩와 간격에 대한 생각

취몽인 2011. 10. 11. 17:17

 

 

와 간격에 대한 생각

 

 

 

를 공부하면서 마음 속에 답답함을 느낀 적이 많았노라 고백한다. 그 답답함의 뿌리는 대부분 다른 시인의 를 읽으며

느낀 좌절감 같은 것이다.  이상은 차치하고 김수영, 정현종, 황동규시인 등 거장들의 작품에서부터 최근의 젊은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들이 분명할 텐데 나는 그 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낭패감을 떨치지 못했다.

   다행히 작법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접한 것과 이번 창작 전문과정의 초반부 강좌를 지나며 최근에는 희미하게나마 어렵게만 보이던

   詩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고 제대로 된 감상, 또는 詩的 이미지의 개요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먼 길을 돌아 뒤늦게 지름길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 그 동안은 가 읽히지 않았을까? 그것은 결국 에 설정된 거리 또는 간격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시가 결국은 알레고리의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예술쟝르라고 볼 때, 그리고 그 알레고리를 구성하는 원관념(T)와 보조관념(V)

거리가 점점 멀어져 낯섦과 충격의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는데 반해 독자인 나는 상투적인 재연에 익숙한 시각으로만 그 작품들을 대하고

있었으니 그 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메를로퐁티는 『언어가 표현적이기 위해서는 이미 형성된 의미들을 옮기거나 사물 또는 생각 자체에 대해 언급하기를

   포기함으로써 언어가 사유를 복사하지 않고 존재의 발원적인 의미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언어가 이미 사용된 것을

   경험적 소리로 반복하지 말아야 하므로, 언어의 진정한 사용은 침묵적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무언의 언어가 존재하며, 회화나 문학 같은

   창조적인 예술 작품은 이러한 방식으로 말을 해야 한다.』라고 말을 했다.

 

이 말은 결국 는 그 의미의 동질성은 담아내되 현상이나 개념의 원관념으로부터 현격히 벗어난 낯선 거리를 만들고, 그 거리 또는 간격을 통해

현실의 리얼리티와는 동떨어진, 작가에 의해 체득된 존재에 대한 진실을 표현하는 작업이란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것이 에서의 간격의 의미이고

중요성일 것이다. 나는 그 거리 또는 간격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현대 그저 어렵다고 탓해왔고 내 또한 다분히 느슨한 서술에 머물러 긴장감

없는 아포리즘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다소간의 깨달음이 있었다고 해서 지금까지 어려웠던 들이 갑자기 술술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김경주선생의 말처럼 나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의 시인들이 각고의 노력을 들여 상징으로 또는 유추로 꽁꽁 숨겨 놓은 詩的

메시지들이므로 그 이상의 노력을 들여야만 그 멀고 먼 간격 사이의 의미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내 의 간격은 얕고 가깝다. 기본적 은유와 직유, 의인화 정도에 머물 뿐 더 깊은 거리를만들어 내기엔 역부족이다.

그저 가야 할 길을 알았다는데 의미를 둔다.

하지만 대책 없는 간격을 위한 간격에 대한 경계를 위해선 메를로퐁티의 또 다른 이야기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감각물은 각 예술가들의 체험의 지평에 기인하는 '차이'를 내포하므로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의 차이는

"동일한 것들 사이의 차이". / 상상력은 가장 원초적이고 시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상상계는 현실과 상관없이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비 실재의 세계가 아니라, 지각된 것, 즉 현상에 근거하는 실제 세계의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실재하는 세계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세계의 실제적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