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안개

취몽인 2011. 12. 5. 16:29

 

 

 

 

 

안개

 

 

 

올라간 것들이 내려 왔다

 

가볍게 흩어져

풍경을 닦아내지 못하지만

먼지 하나 나뭇가지 하나

이마를 적시며 손끝을 깨우며

흰 그림자가 된다

 

축축하게 식은 아침

깨어난 것들은 어깨를 털고

발목이 잠긴 먼 산은 풀풀 떠난다 

바짝 엎드린 시간 틈

지워진 것들이 흐른다 

 

뭐라고 해야할까 저 축축한 표정을 

쏟아지지 못해 젖어있는 

오전의 흥건한 눈동자 

한 마디도  못 건네는 침묵

지독한 망설임의 식은 땀

 

모든 뿌리는 그 자리에

낡은 간판도 패인 벽도 마른 가지도

그저 제 얼굴만 부시는 게으름

녹아내린 오늘만이

사라진 윤곽을 두려워할 뿐

 

곧 떠날 내려온 것들의 세상 

 

 

 

201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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