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올라간 것들이 내려 왔다
가볍게 흩어져
풍경을 닦아내지 못하지만
먼지 하나 나뭇가지 하나
이마를 적시며 손끝을 깨우며
흰 그림자가 된다
축축하게 식은 아침
깨어난 것들은 어깨를 털고
발목이 잠긴 먼 산은 풀풀 떠난다
바짝 엎드린 시간 틈
지워진 것들이 흐른다
뭐라고 해야할까 저 축축한 표정을
쏟아지지 못해 젖어있는
오전의 흥건한 눈동자
한 마디도 못 건네는 침묵
지독한 망설임의 식은 땀
모든 뿌리는 그 자리에
낡은 간판도 패인 벽도 마른 가지도
그저 제 얼굴만 부시는 게으름
녹아내린 오늘만이
사라진 윤곽을 두려워할 뿐
곧 떠날 내려온 것들의 세상
2011.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