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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취몽인 2011. 12. 1. 11:20

 

 

 

 

 

뿌리

 

 

 

떠나면 어디로 갈 지 모른다

 

참 오랫 동안 많은 것들을

물어 뜯고 깨물고 짓씹으며 지냈다

철통의 완고함으로

높다면 높은 곳에서

지나가는 것들을 검문하고

이미 죽은 것들을 사살하며

유약한 내부를 위해

해체된 적들만 통과시켰다

 

깊고 높은 곳은 벌써 떠났다

단단하고 질긴 녀석들만 상대하다

철옹은 감가되고

격렬은 중과에 사라졌다

강인함은 변치 않으리란 오해까지

철갑 아래 뿌리는 늙고

조용히 흔들리다

슬픈 구덩이만 남긴채 떠났다

썩을 사이도 없이

 

벽이 무너지고 묘혈이 지워질 무렵

본격적인 균열은 시작됐다

대오는 느슨해지고

틈으로 칩입해 오는 질긴 것들

울림으로 버티는 단단한 것들

고립된 저항은 흔들린다

뿌리는 조금씩 솟아 오르고

 

모든 것들은 곤두 서있다

녹슨 버팀과 시린 미련이 섞여

무너진 성벽

성문 가득한 고통들

제 목을 베고 싶어도 아량은 뿌리에서 멀다

성한 파수가 어깨에서 손을 떼면

그 때는 일어설 수 있을까

 

아무 것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뿌리 뽑혀 떠나고 싶다

 

 

 

 

201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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