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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있는 문들

취몽인 2011. 12. 14. 12:27

 

 

 

 

누워있는 문들

 

 

 

 

1.

밟힌 땅떼기 한 줌 혼자 기어 올라와

아무도 보지 않는 하늘을 조용히 보고 있다

생명들은 모두 딱딱한 이야기를 나눈다

바람은 차곡차곡 하얗게 쌓이고

빈의자 하나

마른 땅 넋두리를 듣고 있다

마주 볼 수 없는 분할들

여기저기 네모난 표정들이 반듯하다

 

2.

경계를 지나기 위해 바닥을 들어 올린다

허공의 깊이만큼 푹신해진 넓이

무릎 끓고 천천히 내일로 들어간다

발을 들고 기다리는 출입

중력이 사라지면 시나브로 가라앉는다

낯선 여자를 껴안고 절벽 끝에서 오줌을 눈다

죽은 아버지에게 용돈을 주고 허둥지둥

다시 기대면 스르르 닫히는 어제

 

3.

한 걸음 마다 뒤로 열렸다 닫히는 것들

기억들은 모두 사이로 떠난다

바닥은 단단하나 아래는 굳기위해 물렁하다

돌아서 캐내면 어떤 표정들일까

끊없이 이어지는 열리고 닫힐 것들

어디로 닿으려 앞서 기다리는 지

가지 않으면 모퉁이 돌아 몰래 사라지겠지만

자꾸만 열리는 문 닫힐까 무서워 얼른 들어가는 문

 

 

 

 

201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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